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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엘릭은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 곧 있으면 그의 여자친ㄱ... 아니, 그가 호감을 가진 여성의 생일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에드워드 쪽에서 먼저 프러포즈를 하긴 하였으나, 그래도 여자친구라 하는 것은 아직은 약간 부끄러웠다. 이제껏 매년 기계만 보면 환장하는 그녀에게 새로운 나사나 드라이버와 같은 기계 관련 신제품을 선물로 주었지만, 이제는 질릴 만한-당연하게도 질릴 리가 없었다-시기도 되었기에 에드워드는 꽤나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대체 뭐가 좋지, 뭐가. 현재 그는 여행길에 올랐고, 그의 동생 알폰스 엘릭 또한 저 멀리 동쪽의 싱에 가있었기에 마땅하게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다. 에드워드가 향한 길은 알폰스가 택한 싱과는 정반대의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거면 잠시 센트럴에 들러서 여자 하나는 기막히게 잘 꼬시는 로이 머스탱 대령, 아니, 준장한테나 물어볼 걸 그랬다며 땅을 치고 후회하였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여행길에 올랐다가 다시 리젬블에 돌아가는 길,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 에드워드는 짧게 한숨을 쉬며 그에게 오는 마차를 세웠다.
"아저씨, 동쪽 방향으로 부탁할게."
에드워드는 마부에게 돈을 건냈다. 마부는 인자한 인상으로 돈을 받아들며 흔쾌히 타라고 말했다. 에드워드는 가볍게 마차에 올라탔다. 팔을 되찾고 나서 몇 년이 되었지만, 오토메일을 달고 있던 시간이 꽤 길었기에 적응하기에는 어려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이 났다. 꽤나 힘들었었지, 우리. 이럴 때면 항상 동생이 보고 싶어졌다. 그야 옛날에는 항상 함께였으니까. 에드워드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아, 잠시만. 이럴 때가 아니잖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말 골 때린다니까, 좋아하는 여자라는 거. 에드워드가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쉬자, 그걸 본 마부가 에드워드에게 말을 걸었다.
"청년, 뭐 고민거리라도 있수?"
"어, 좋아하는 여자의 생일인데. 뭘 선물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흠... 그 여자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건?"
"그건 이미 질릴도록 선물해 줬다고."
"꽃 같은 건 어떠슈?"
"아마 가는 길에 썩어버릴 텐데."
"혹시 그 여자, 머리가 긴 편인가?"
"뭐, 그런 편이지. 하나로 묶고 있으니까."
"그러면 머리끈은 어떤가? 좀 진부한가?"
그래, 머리끈. 왜 그 생각을 못했던 거지? 그가 좋아하는, 윈리 록벨의 머리끈은 항상 수수하고 티가 별로 나지 않았다. 머리끈, 맞아. 이왕이면 조금 예쁜 리본으로. 이렇게나 마부에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머리끈! 거기다가 인형 하나까지 선물해가면, 마음에 들어할 것이 분명했다. 에드워드는 환하게 웃음을 짓더니, 마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좋아, 좋다고. 머리끈이면 충분해! 고마워, 아저씨!"
뭐 이런 걸 가지고. 여행에서 돌아가는 모양인데, 마음에 들게 잘 골라 주기나 하면 되는 거여. 다그닥, 다그닥. 말이 움직일 때마다 말굽 소리가 꽤 세게 울렸다. 리젬블에 가기 위해서는 센트럴에서 열차를 타야 했다. 센트럴은 중앙이니, 아마 리젬블과 같은 시골과는 다른, 새로운 리본이나 인형이 많을 것이리라. 거기다가 여자 취향을 잘 아는 대령, 아, 지금은 대령이 아니었다. 준장한테 물어보거나 그 밑의 호크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정말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렇게 에드워드는 기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마차는 새벽 동안 센트럴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청년, 일어나슈. 다 왔수."
아, 벌써 거의 낮이 다 되었다. 에드워드는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다음 마차에서 내렸다. 군 쪽에 얼굴이나 비추면서 물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시아 씨나 엘리시아 쪽에 들러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 사령부 쪽으로 걸어갔더니 마침 머스탱이 시찰인지, 데이트인지 영문을 모르겠지만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좋아, 이건 좀 좋아.
"어이, 준장!"
"어, 강철? 꽤 오랜만인데. 여기는 갑자기 왜."
에드워드는 그를 보며 킥킥 웃었다. 이제는 강철도 아니라고. 그래도 난 강철이 편한데. 머스탱 또한 그를 친구처럼 대하였기에, 만난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있잖아, 준장은 여자 잘 꼬시니까, 여자 마음 잘 알지?"
"뭐? 갑자기 무슨..."
"그러니까, 나 리본 하나랑 인형 하나만 좀 골라줘. 윈리한테 선물할 거야."
"고백은 했고?"
"이미 프러포즈도 끝냈거든? 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
"반지가 없는데."
"아직 안 맞췄으니까 그렇지."
"차라리 반지도 같이 가져가는 게 어때? 어차피 곧 있으면 결혼할 거 아닌가."
반지? 반지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을 해 보니, 같이 맞춘 반지가 없었다. 윈리가 좋아할 만한 반지.
"아무튼, 나랑 같이 가서 좀 골라줘."
"난 좀 바쁜데."
"그냥 좀 와."
에휴, 머스탱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난 너무 사람이 좋다니까. 좋아, 같이 가주지. 에드워드 엘릭."
야호! 방금 말했다? 알았으니까 얼른 고르기나 해. 일단 인형-토끼 인형을 골랐다-을 골랐다. 왜 하필 토끼 인형이냐고, 강아지 인형이 더 귀엽지 않냐고 에드워드가 물으니, 머스탱은 집에 강아지를 키운다며, 아마 아이들도 토끼를 좋아할 거라 답했다. 다음으로는 반지를 맞추러 갔다. 윈리 사이즈가... 어, 이거야.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디자인이 너무 괴상하잖아, 차라리 그거보다는 이게 낫지 않나. 심플하게 생겼고. 네 취향 참 독특하다, 에드워드 엘릭. ㅇ, 어쩌라고! 내가 추천해준 걸 사라. 아마 네가 고른 것보다는 나을 거다. 결국 에드워드는 머스탱의 반대로 그가 고른 것을 사지 못하고 꼼짝없이 그의 말에 따라야 했다. 마지막으로 리본을 고르러 갔다.
"리본... 리본... 어이, 준장. 윈리한테는 무슨 색이 어울릴 거 같아?"
"그건 네가 골라. 디자인은 다 비슷비슷하니 색만 고르면 되잖나."
끄응, 그러니까 그게 힘들단 말이지. 당연하지 않나. 어음, 음... 에드워드는 한참을 앞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좋아, 이 분홍색이 좋겠다. 이거 하나 주세요!"
"드디어 골랐나."
"어, 이게 잘 어울릴 거 같아."
그거 참 다행이군. 그러면 난 일을 하러 돌아가 보지. 일을 안 하면 또 혼난다고. 아직도 혼나? 참 가엾네, 준장도. 누가 가엾다는 건가. 아무튼, 잘 돌아가고. 가끔 연락해라. 어, 잘 가. 에드워드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드는 머스탱을 향해 잠시 웃었다. 이 정도면 윈리도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 에드워드는 곧장 기차역으로 향해 동쪽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화려하게 꾸민 윈리를 보고 싶었다. 아마 리본으로 머리를 묶은 윈리는 꽤 예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기차는 출발했다. 내일은, 윈리의 생일이다.
똑똑. 문을 살짝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멍, 멍. 개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짖었다. 네, 곧 나가요. 금발에 벽안을 가진 여성이 문을 열었다.
"어, 에드? 여행에서 돌아온 거야?"
"어? 어. 지금 돌아왔습니다! 라는 거지."
"잘 왔어, 기다렸어! 에드. 알은 아직인 거 같아, 안 왔어. 하긴, 싱에 갔으니까 당연한 거겠지? 얼른 보고 싶다!"
"ㄱ, 그렇네! 그건 그렇고 윈리, 어, 그러니까..."
"응? 왜, 에드?"
"윈리! 저, 그게, 오늘 네 생일이잖아. 이번에는 기계 관련 말고, 조금 새로운 걸 준비했어. 자, 선물. 토끼 인형이랑, 우리 반지랑, 또..."
"또? 또 있어?"
"어, 그러니까... 네가 머리에 하면 예쁠 거 같아서. 분홍색 리본을 샀어. 조금은 꾸미고 다니라고, 바보. 그러니까 네가 예쁜 줄 모르지. 물론, 너무 예쁘면... 다른 남자한테 고백받을 거고, 난 질투... 좀 나겠지만 말이야."
"고마워, 에드! 나, 당장 해보고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윈리는 리본을 잽싸게 받아들더니 방을 향해 뛰어갔다. 윈리, 잠시...! 라고 에드워드가 말려도 들을 리가 없었다. 윈리는 거울 앞에 서더니, 머리를 풀고 리본으로 머리를 묶었다.
'그러니까 네가 예쁜 줄 모르지... 난 질투... 좀 나겠지만 말이야.'
에드워드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바보, 생일 선물이 그런 게 어딨어. 이건 완전 프러로즈 수준이잖아. 바보, 바보, 에드 바보... 이렇게 화려하게 해줄 필요는 없었는데. 윈리는 거울을 보았다. 거울을 보며 밝게 웃음을 짓더니 다시 에드워드가 있는 쪽으로 뛰어나갔다.
"에드, 에드! 나 잘 어울려?"
윈리는 에드워드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에드워드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뭐야, 생각보다 훨씬... 훨씬 더 예쁘잖아, 윈리. 이렇게 예뻐서 어떡하냐고, 젠장! 안 꾸미고 다니는 게 다행이었던 거야!
"ㄷ, 당연하지! ㅈ, 진짜... 진짜 예쁘다고, 윈리! 역시 내가 고른 리본이라니까! 어흠!"
"에드."
"ㅁ, 뭐. 왜."
"고마워."
윈리가 에드워드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에드워드의 눈이 커졌다. ㅇ, ㅇ, ㅇ, 위, 윈리?! 왜, 부끄러워? 에드는 부끄럼쟁이! ㅇ, 아니거든?! 그런 거 아니거든?! 맞잖아! 딱 봐도 나 부끄러워요, 윈리가 갑자기, 으악! 이런 표정이잖아? 아냐! 아니라고!
"그래도 고마워. 정말 기뻐, 에드! 나, 앞으로 이 리본, 열심히 묶고 다닐 테니까. 나, 잘 봐줘야 해? 날 보고 다른 남자가 채갈지도 모르니까."
"당연하지! 이 에드워드 님이 널 뺏길 거 같냐?"
"그렇게 안 놔두겠지? 믿고 있을게, 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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