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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자+오다자] Rain falls, and...

띵대댕 2017. 1. 28. 23:05
 [안다자+오다자] Rain falls, and...

 -다자른 전력 참여글입니다. 주제는 비(雨).
 -안고➡다자이➡오다 루트입니다.



 그 날은 유난히 비 냄새가 심하게 났다. 텁텁하게 숨힐 막힐 정도로 습한 공기에 사카구치는 묘한 낌새를 느꼈다. 비 오는 날은 밀회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장소 중 그 무엇보다도 적절하다. 정보원에게 그 정도의 상식 정도야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연한 것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또한 그런 것을 모를 정도로 몰상식한 인간은 아니었기에, 그의 템포에 맞추어 일부러 이리 축축한 스케치북에 젖은 듯한 날을 만남의 날로 고른 것이리라. 평생 용서받지 못할 사람. 가까워지지 못할 사람. 사랑해서는 아니 될 사람. 허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제게는 과분한 사람, 탐해서는 아니 되는 사람, 죄를 지우지 못할 사람, 다른 사람의 것이기에 바래서는 아니 되는 사람. 사카구치는 그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비참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만두는 것은 이제 그에게 불가능했다. 다자이의 존재가 제 등 뒤에 달림 태엽을 돌려 움직일 수 있게 하였다. 허나 그가 연모했던 자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다. 그것은 온전히 제 탓은 아니더라도, 사카구치 안고는 그 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만 했다. 북북 찢겨진 추억 속 스케치북을 테이프로 다시 붙인다 하여도 그 흔적은 반드시 남는 법이었다.
 "안고."
 다자이가 옛적과 같은 말투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다. 애석하게도, 어리석은 사카구치에게는 그의 매력을 거부할 힘이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빗방울이 우산을 타고 톡, 바닥에 떨어져 물결을 그린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을 그리는 물결이었다. 사카구치는 그가 만든 허상을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차라리 모든 것을 몰랐더라면 가엾고 불쌍한 사카구치 안고는 다자이 오사무가 제게 품은 감정을 '사랑'이라 믿으며 그의 손바닥에서 놀아날 수 있었을 텐데. 일말의 정도 품지 않은 차가운 눈동자 위에 빗방울이 흐른다. 투둑, 툭. 그가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빗소리 탓에 들리지 않았다. 곧 그가 특유의 거짓 웃음을 지었다.
 "다자이 군. 오늘은 무슨 용무로 저를 부르신 겁니까."
 후후. 다자이는 희미한 미소를 얼굴 위에 올리며 그를 유혹하는 사카구치만의 악마가 되어 매혹적인 목소리를 그의 귀에 꽂았다. 사랑하면 안 돼, 사랑하지 말아. 그러나 이 밉디 증오스러운 악마는 제게 치명적인 매력이다,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허나 그럴 자격조차 되지 못하는 자신은 그를 밀어내지 못한다. 문득 그의 신발을 보니, 흙이 묻어 있다. 이 곳까지 걸어오는 길은 모두 포장되어 있었으니, 다른 곳에 향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는 뜻이다. 아마 그는 고의적으로 그것을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기 위해 찌르고, 괴롭히고, 경멸하지는 않겠지만 조소의 얼굴을 띄고 그를 저주하는 것일 테니까. 사카구치는 본능적으로 그가 어디에 다녀온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다자이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이니 그 정도가 심하다. 그러나 무어라 하지도 못하고 그것을 듣고만 있다. 놀아나고만 있다. 그에게 있어서 저는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 위한 그의 장기짝이다. 차라리 그 때 그의 마음이 변할 때까지 있어야 했다고, 목이 매여 오면서 소리친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으응, 아무 일 없네. 그저 자네가 보고 싶었을 뿐이야."
 미인계다. 사카구치는 넘어가서는 아니 되었으나, 이미 머리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생각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체 언제부터 자신은 넘어간 건가. 간교에 홀린 것이다. 마치 요괴에 홀린 인간의 모습과 같이, 어느 시점부터인가 홀딱 넘어가 그의 포로가 되어 버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고백을 해도 차일 것이 분명한데, 비가 오는 날조차도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자신을 향해 웃으면서도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을 떠올리는 그가 미웠다. 그리하여 사카구치는 웃지 못하였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왜 굳이 이렇게 비 오는 날을 고른 것인지."
 내 마음일세, 라는 참으로 그다운 대답이 돌아오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자신의 마음이라 말한다면 그런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란 그런 남자이다. 거짓은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겉에서 그의 비밀을 감싼 껍질을 하나하나 손수 까서 벗겨 보더라도 베일에 쌓인 그의 정체를 모두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이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그의 손이 다른 누군가의 거친, 총기를 사용한 화상 자국이 남아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기를 원하는 듯 꼼지락댄다. 이 비가 제 마음을 데리고 가기를 바란다. 흐르는 빗물을 타고 이루어질 리도 없는 제 외사랑이 멀리 흘러 저 하늘로 올라가 다시 비가 되어 내리기를 바란다. 사카구치 안고의 사랑이란 그런 비와 같은 것이었다. 한 번에 내릴 때에 주룩주룩 퍼붓다가도 금세 지나가는 소나기와도 같은 것이다.
 비가 내릴 때, 다자이 오사무는 어떤 것에 정신이 팔리고는 했다. 그의 냄새가 났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어하던 그와 닮아 있었다. 빗방울이 잔뜩 떨어지다가도 날씨가 개면 떠나버리는 것까지 그와 똑같다. 오다 사쿠노스케와 너무나도 닮아 있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미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비가 영원히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안고, 난 자네가 밉다네. 그가 자신을 마음에 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면야, 제 사랑이 떠난 원인이 된 그를 영원토록 용서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둘은 각자의 상대를 향해,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은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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